미국이 이란 하르그섬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로버트 그리널, 앨리스 데이비스
- 기자, 프랭크 가드너
- 기자, BBC 안보 전문기자
- Reporting from, 리야드
- 읽는 시간: 5 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 연안의 하르그섬에 대한 추가적인 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란의 경제 생명줄로 여겨지는 주요 석유 터미널이 자리한 작은 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석유를 "가져오고" 싶다며, 하르그섬 점령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약 그럴 경우 "우리가 (하르그섬에) 상당 기간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섬의 군사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섬의 석유 시설은 공격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이 전 세계 주요 해상 수송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이달 초 미언론 '악시오스'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해협을 재개하도록 압박하고자 해당 섬을 점령하거나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언젠가 하르그섬을 점령하려 시도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
이곳을 점령하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이란 본토를 공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BBC의 안보 전문가 마이키 케이는 만약 미국이 이 섬을 점령할 경우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경제적 생명줄을 사실상 끊어놓는 셈이라며, 이는 이들의 전쟁 수행 능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르그섬이 이란에 중요한 이유는?

걸프만 북부의 하르그섬은 이란 해안에서 불과 24km 떨어진 작은 바위섬이다.
크기는 작지만 이곳은 이란의 핵심 에너지 기반시설 중 하나다.
이 섬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이란 경제의 생명줄을 끊는 것과 같다.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가 이 섬을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의 송유관 공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이란 경제에 장기적인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는 공격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우리는 5분 안에 그렇게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끝이 날 것"이라면서도 "한마디면 송유관은 다 사라진다. 하지만 이를 재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하르그섬의 석유 터미널은 하루에만 원유 약 130만 배럴을 처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는 아부자르, 포루잔, 도루드 등 이란의 주요 해상 유전 3곳에서 해저 송유관을 통해 운송된다.
또한 약 180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어, 통상적인 조건에서는 약 10~12일 치 수출 물량을 보관할 수 있다.
최대 8500만 갤런에 달하는 초대형 유조선들이 이 섬의 긴 부두에 접근해 원유를 싣는다. 이 섬의 해안은 본토의 얕은 해안과는 달리, 수심이 깊은 바다와 가깝다.
이곳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은 다시 만을 따라 내려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이란산 원유의 주요 시장인 중국으로 향한다.

3월 13일 공격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 중부사령부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작전 중 하나를 수행해 이란의 요충지인 하르그섬의 모든 군사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식적인 선에서" 자신은 이 섬의 "석유 시설은 쓸어버리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부사령부는 미군이 "석유 시설을 제외하고, 하르그섬 내 이란 군사 목표물 90여 개를"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국영 언론은 섬의 석유시설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전했다. '파르스 통신'은 방공망, 해군 기지, 공항 관제탑, 헬리콥터 격납고 등이 미군의 공격 대상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군 당국은 만약 자국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과 협력하는 기업들의 석유 및 에너지 시설을 "즉시 파괴해 잿더미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르그섬의 기반시설 파괴는 이란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고, 이는 분쟁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국제 유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며, 이란이 중동 전역의 석유 시설을 더 많이 공격하게 될 수도 있다.
전쟁이 한 달째 접어든 지금도 이란은 이웃 걸프 국가들과 통행하는 선박을 겨냥해 저비용 고성능 드론을 대량으로 운용할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이란 측이 수백만 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해수 담수화 시설과 같은 중요 기반 시설까지 공격 범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하르그 섬의 역사는?

사진 출처, Planet Labs via Reuters
하르그 섬은 2000여 년 전 페르시아 제국 시대부터 걸프 지역에서 전략적 요충지였다. 당시에는 천연 샘물이 풍부한 덕에 중요한 무역항이었다.
16~17세기에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으며, 1900년대 초에는 최고 보안 등급의 교도소가 이곳에 세워졌다.
그러다 팔라비 왕조의 2대 샤(왕)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통치 시절인 1950년대, 탄화수소 저장 및 유통 시설이 건설됐고, 곧 이란의 주요 수출항으로 자리 잡았다.
면적 24㎢의 이 섬은 1960년대 미국 석유 기업 '아모코'의 참여로 기반 시설이 개발된 이후, 이란 석유 수출을 책임져왔다.
그리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까지, 이 섬 내 기반 시설 일부는 이곳에서 사업을 운영하던 미국 기업들의 소유였다.
추가 보도 : BBC 스페인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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