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는 견뎌냈지만, 이란 전쟁으로 흔들리는 중국

동영상 설명, 미국-이란의 전쟁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 기자, 로라 비커
    • 기자, 중국 특파원
    • Reporting from, 포산, 광저우
  • 읽는 시간: 4 분

중국 내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지 중 하나인 이 도시의 어느 뒷골목에는 침울한 분위기의 노동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공장 임시직 구인 공고가 붙은 상점 앞, 나무 아래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아무도 우리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남성은 "우리는 그저 일하고 또 일하기만 할 뿐, 삶이 없다. 제발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외국 취재진을 향한 드물고도 위험한 부탁이다.

중국 제조업이 값싼 대량 생산에서 자동화된 첨단 기술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이들은 고향에 보낼 돈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인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기 이전의 이야기다.

중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이전부터 이미 성장 둔화와 실업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출량은 증가했고 GDP 성장률도 약 5%를 기록하는 등 괜찮은 회복탄력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내부의 불만은 점점 끓어오르고 있었다.

여기에 중동에서 분쟁이 발발하며 중국 내 공장 주문량, 비용, 고용 등은 더 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남부 산업 도시인 광둥성 포산시에서는 붉은 글씨로 적힌 구인 공고문이 눈에 띈다. 몇 주 동안 플라스틱 성형 혹은 휴대전화 부품 조립 일을 하면 시간당 18~20위안(3900~4300원)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지금으로선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일자리다.

시골 지역 출신의 한 노동자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 노동자는 대부분 40대 이상으로, 점점 더 커지는 불확실성에 좌절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중국 당국이 이란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3월 4일, 중국 푸양의 한 공장 생산 라인

사진 출처, Costfoto / NurPhoto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제조업은 대량 생산 제품에서 첨단 기술 제품 중심으로 이동했다

중국은 모두의 부러움을 살만한 풍부한 석유 매장량과 재생 에너지·전기 자동차 분야에서의 선도적인 위치를 바탕으로 이번 에너지 위기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이렇듯 중국은 꾸준히 저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번 전쟁으로 주요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다 이미 성장세가 둔화한 중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무역업자는 트럭 뒤편에서 원단을 옮기는 작업을 지휘하며 "비용이 약 20% 정도 올랐다"고 토로했다. 이 원단들은 지역 공장으로 옮겨져 재단 및 봉제 과정을 거친 뒤 자라, 쉬인, 테무 등 세계적인 소매업체들을 위한 의류로 만들어진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단 시장인 광저우이다. 포산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이곳에는 각양각색의 원단 롤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들이 거리를 쉴 새 없이 오가고, 짐을 싣고 내리려는 소형 밴과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다닌다.

산더미처럼 쌓인 나일론, 폴리에스터, 실크 더미 사이에서 상점들을 구분하기조차 힘들지만, 각 상점의 주인과 판매자들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사업은 석유화학 제품에 의존한다. 값싸고 안정적인 석유 공급 없이는 원단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유가가 치솟으며 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뒷방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던 한 상인은 "즉 주문이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했다. 비용이 올랐음에도 더 비싼 값을 쳐주지 않으려는 손님들이 있어 창고에 원단 롤만 쌓여간다고 한다.

오르는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이미 마진이 적은 이들에게 이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다.

1년 전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였을 때 광저우 거리에는 저항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체념이 가득하다.

광저우의 한 섬유 창고
사진 설명, 광저우의 원단 판매업자들은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여전히 기회는 있다.

이곳에서 차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캔톤 페어(중국수출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커다란 전시장에서 제조업체들은 전 세계 구매자들을 바쁘게 맞이한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면 해외 방문객들은 함께 셀카를 찍는다.

중국 지도자들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자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경쟁자인 미국이 중동 전쟁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의 이미지다.

외국어 번역 기능을 갖췄다는 AI 안경과 등산용 로봇 다리를 착용해 보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얼룩을 몇 초 만에 제거하는 진공청소기부터 반짝이는 커피메이커와 헤어롤까지, 다양한 일상용품들도 전시돼 있다.

무역업자들에 따르면 이 모든 상품의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가격 상승이다. 이러한 상품 제조에는 플라스틱이 필요한데, 결국 석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기업들이 시장 공략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가 부족해지면서 중국은 핵심 분야에서의 강점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바로 전기차(EV)다.

전기차 판매 부스에 있는 조이스 리우
사진 설명, 무역업 종사자인 조이스 리우는 중동 외 전기차 시장을 모색 중이다

'중국 승용차 협회'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체들은 3월 한 달 동안에만 전기차 35만 대를 수출했다. 이는 2월 대비 30%, 작년 3월 대비 140% 증가한 수치다.

전기차는 중국의 주요 중동 수출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역업자 조이스 리우에 따르면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우의 업체는 "작년에는 차량의 90%를 중동으로 수출했으나, 올해는 전쟁 때문에 거의 거래가 중단된" 상황으로, "일부 차량은 아직도 중국 항구에 묶여" 있다.

리우는 아프리카나 남미 등 새로운 구매자와 시장을 찾고자 이곳 박람회에 왔지만, 전기차 부스에서는 인도, 방글라데시, 튀르키예 출신 구매자들도 눈에 띈다. 일부 국가에서는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산 전기차를 사고자 대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오만에서 온 이들도 밝은 조명 아래 전시된 차량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들이 손에 든 광고지는 영어와 아랍어로 적혀 있다. 거래를 결정한 이들은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는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자히르 모하메드 자히르 알-카비는 "우리는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고자 이곳을 찾았다. 지금은 힘들지만 인샬라(신의 뜻대로), 전쟁이 끝나면 비즈니스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자히르 모하메드 자히르 알-카비가 시승하는 모습
사진 설명, 캔톤 페어(중국수출입박람회)에서 자동차를 시승하는 자히르 모하메드 자히르 알-카비(왼쪽)

중국이 원하는 그림도 바로 이것이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위 지에 연구원은 이번 전쟁으로 중국이 추진해 온 자립성이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중국을 진정한 승자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쇠퇴는 중국이 바라던 바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이 과연 중국이 진정으로 원했던 미국의 모습일까요? 중국은 예측 가능하고, 어쩌면 다루기 더 쉬운 미국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고 싶어 하지도 않기에" 앞으로 균형잡기를 이어가리라는 전망이다. 위 연구원은 오는 5월로 예정된 정상회담이 이번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그 회담을 성사시키기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쟁 당사국이 아닌 중국은 종전을 촉구하는 한편, 우방국인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내보내고자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를 원하는 듯하다. 시진핑 주석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들과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에서 역사 및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윌리엄 피게로아 교수는 이는 중국이 자신의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과 중동 내 파트너 모두에게 자신들은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전 세계의 관심을 끌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세계 경제의 중심뿐만 아니라, 세계 권력의 중심으로도 부상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하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임금에 좌절감을 느끼는 포산의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그리 와닿지 않는다.

한 노동자는 캔톤 페어 출입허가증을 꺼내 보였다. 담배를 한 모금 더 피운 그는 웃으며 "화장실 청소 일을 맡았다"고 했다.

그가 14시간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은 150위안(3만20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