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에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
미얀마 곳곳에서는 뜨거운 햇볕 아래 연료를 사기 위해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긴 줄을 이루고 있다.
3주째 이어지는 연료 부족으로 인해 연료를 기다리다 더위로 실신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 사례도 세 건 보고됐다.
이 문제는 미얀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거의 한 달 가까이 글로벌 석유 공급망을 교란시키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주유소 앞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높은 휘발유 가격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 면제, 연료 할당제, 연료 소비 감축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동아프리카, 부패 우려 수출품 우선 처리
칼렙 모게스, BBC 월드서비스
케냐 정부는 무역 차질로 인해 신선식품 등 부패하기 쉬운 수출품을 우선 처리하고 있다. 현지 매체 '더 네이션'에 따르면 케냐항만청은 꽃, 아보카도, 채소 등 신선 농산물이 더 신속히 통관되고 선적될 수 있도록 항만 운영을 조정했다.
한편 케냐의 화훼 산업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다. 케냐 재배업자와 수출업자를 대표하는 민간 단체인 케냐 플라워 협회(Kenya Flower Council)은 이번 분쟁으로 3주 동안 약 63억 원(42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케냐의 일부 차 농가와 수출업체들은 차 생산과 물류 비용이 계속 오르면서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BBC에 전했다.
이웃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아비 아흐메드 총리가 연료 공급업체, 주유소, 소비자들에게 연료를 절약하고 필수 서비스에 연료를 우선 배분할 것을 촉구했다.
나이지리아, 차량 개조 확대
크리스 에워코, BBC 월드서비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었다.
나이지리아는 주요 산유국이지만, 현재 정부 소유 정유시설은 모두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년간 정제유 수입에 의존해 왔으나, 지난해 민간 기업인 당고테 정유시설이 출범했다. 이 정유소는 주유소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줬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큰 영향을 미쳤다.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볼라 아흐메드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압축천연가스(CNG) 차량 개조 키트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나이지리아는 통합주유설비, CNG 차량, 전환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CNG 관련 인프라를 배치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대통령은 이 계획이 전국적으로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관련 투자 확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누부 대통령은 차량 개조 키트의 빠른 보급을 위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이 계획은 금융기관 및 기타 파트너와 협력해 혁신적이고 비용 효육적인 금융 모델을 개발하고, 대중이 쉽게 개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CNG 접근성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이동식 연료 공급 장치(MRU)의 신속한 배치를 지시했다.
그는 이 계획이 가스 차량과 전기차를 아우르는 나이지리아의 전체 '친환경 이동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기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세금 전격 면제
트란 보, BBC 월드서비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27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국가적 이익'을 이유로 연료에 대한 환경세를 긴급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석유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 장치로 평가된다. 글로벌 유가 하락과 세금 감면이 맞물리면서 베트남의 연료 가격은 실제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상당한 세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베트남은 두 곳의 정유시설(응이선·빈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입 연료 의존도가 높아 이달 초부터 이미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해 왔다.
사진 출처, Nhac NGUYEN / AFP via Getty Images
베트남은 연료 절약을 위해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카타르, 쿠웨이트, 알제리, 일본 등 여러 국가에 연료 지원을 요청했으며, 지난 23일 러시아 팜 민 찐 총리의 방문 기간 중 양국 간 석유 및 가스 생산 협력을 위한 합의도 체결했다.
재택근무 권장은 베트남만의 정책이 아니라 미얀마에서도 주요 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다.
미얀마, 연료 배급제 도입
미 미 카잉, BBC 버마어
미얀마 군사 정부는 27일부터 엔진 배기량에 따른 연료 배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연료 공급은 충분하지만, 향후 에너지 부족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군정 산하 에너지부는 연료 소비를 모니터링·관리해 미얀마 내 연료 부족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2026년 3월 25일부터 매주 수요일 공공기관에 재택근무를 시행해 연료 소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기업에도 가능한 경우 재택근무 도입을 권고했다.
사진 출처, BBC Burmese
연료 배급제는 주당 1회 혹은 최대 2회 분할 구매로 제한되며, 바코드와 QR코드를 통해 할당량을 추적한다.
앞유리에 공식 홀로그램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만 연료 구매가 가능하며, 주유소 직원은 판매 전 코드를 스캔해야 한다.
오토바이는 주당 최대 8리터를 두 번에 나눠 구매할 수 있으며, 삼륜차는 25리터를 최대 세 번에 나눠 구매할 수 있다. 개인 및 공공 차량은 엔진 크기(2,000cc~3,000cc 초과)에 따라 주당 35~45리터까지 최대 두 번에 나눠 구매할 수 있다.
응급차와 공공서비스 차량에는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얀마는 연료 부족 가능성에 대비하는 단계인 반면, 태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연료가 바닥난 상태다.
태국, 디젤 고갈
파니사 에이모차, BBC 태국어 서비스
지난 2주 동안 태국 전역, 특히 방콕 외 지역의 주유소에서는 디젤이 먼저 동나며 공급이 중단됐다. 이 부족 사태는 일상적인 승용차 운전자부터 농업·어업 등 필수 산업에 이르기까지, 디젤에 의존하는 다양한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국은 주요 저장 시설과 민간 탱크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연료 기업들은 비축분 사용이 허용됐고, 유통 병목을 완화하기 위해 24시간 운송도 허용됐다.
이번달 발표된 다른 정책에는 재택근무 권고, 정부 건물의 에너지 사용 절감(에어컨 온도 26℃ 이하 설정 금지), 공무원들의 반소매 근무 허용, 정부 부처의 해외 연수 즉각 중단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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