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계산은 무의미… 언제·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

노란 배경 앞에서 한 여성이 손으로 음식물을 입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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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멜리사 호건붐
  • 읽는 시간: 6 분

식사 시간, 음식을 얼마나 빨리 먹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씹는지조차 우리가 음식에서 실제로 섭취하는 칼로리 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섭취 칼로리와 소비 칼로리의 균형을 맞추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을 견주는 것인데, 매우 단순하고 명쾌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의 칼로리가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몸 안에서는 복잡한 생물학적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 상호작용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섭취 속도뿐만 아니라, 장내에 서식하며 활동하는 방대한 미생물 군집의 상호작용 등에 좌우된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영양학 교수인 사라 베리는 "이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음식에 대한 인간 반응이 얼마나 다양한지 조금씩 규명되고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이를 대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는 거죠."

언제 식사를 하는가

무엇을 먹는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단이 치즈버거 중심의 식단보다 건강에 더 이로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예컨대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대 역시 소화 효율과 신체가 흡수하는 영양소의 종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 또는 비만 여성들 중에서 식사 비중을 저녁에 둔 집단보다 하루 섭취량 대부분을 아침에 채우는 이들이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총칼로리를 동일하게 섭취하더라도 말이다.

영국 연구진이 실시한 또 다른 소규모 연구에서는 하루의 첫 식사와 마지막 식사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하지만 약간 과체중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첫 식사 시간을 약 1시간 30분 늦추고 마지막 식사 시간을 90분 앞당긴 집단은 대조군과 같은 양의 음식을 섭취했음에도 에너지 섭취량이 더 적었고 체지방도 줄어들었다.

회색 배경 앞에서 팔을 뻗은 사람이 손바닥 위에 작은 주황색 호박을 올려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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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우리는 식사를 마친 직후에는 충분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이는 식욕을 조절하는 장 호르몬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과 음식의 소화 및 대사 방식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현재 신생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시간영양학(chrononutrition)'이다.

스페인 연구진은 오후 3시 이후에 식사하는 사람들보다 점심을 더 일찍 먹는 사람들이 체중 감량이나 체중 유지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식사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식 섭취 시간 역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밤 9시 이후의 간식은 높은 혈당 수치와 나쁜 콜레스테롤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비만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약 4분의 1이 간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떤 간식을 어느 시간대에 먹을지만 잘 선택해도 건강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빨리 먹는가

음식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시간적 요소는 '언제 먹느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을 얼마나 빨리 먹는지, 즉 식사 속도 역시 중요하다.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들은 더 많은 양을 섭취하고, 이로 인해 칼로리 섭취량도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제공한 뒤 5분 안에 빠르게 먹거나, 30분에 걸쳐 천천히 음미하며 먹도록 했다.

그 결과 천천히 먹었을 때 식욕을 조절하는 장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했다. 이러한 장 호르몬 중에는 최근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 등이 모방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도 포함된다.

장 호르몬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은 약 15분 정도면 혈류 내에서 충분한 농도에 도달하기에 초기 포만감에 관여한다.

반면 식욕 억제 호르몬 GLP-1과 펩타이드 YY(PYY)는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30~60분이 소요된다. 다만 이들은 정점에 도달한 후 3~5시간 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식사 직후에는 단 음식이 당기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욕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식사 속도를 늦추면 포만감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천천히 식사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먹은 음식을 더 잘 기억했고 이후 식사량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뇌 분석 결과, 포만감과 보상 체계와 관련된 영역에서 더 활발한 반응이 관찰됐다.

식사 속도는 혈당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하루는 10분 동안 식사를 하고, 다른 날에는 같은 식사를 하는 데 20분 이상 쓰도록 했다. 그 결과 혈당 수치는 식사를 빠르게 했을 때 더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음식의 구조

우리가 실제로 흡수하는 칼로리의 양은 음식의 구조에도 좌우된다. 음식의 구조가 영양소 방출 난이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몬드를 예로 들어보자. 한 줌의 아몬드는 약 160~170칼로리 정도다. 하지만 우리가 이 중 얼마나 흡수하는지는 섭취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거의 모든 칼로리를 흡수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더 적게 흡수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이 씹는지, 그리고 섭취 전에 어떤 가공 과정을 거쳤는지에 따라 흡수하는 칼로리가 달라지는 것이다. 베리 교수는 아몬드를 충분히 잘 씹으면 더 많은 칼로리를 흡수하게 되지만, 대충 씹으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째로 먹는 것보다 가루 형태로 섭취할 때 더 많은 칼로리를 흡수한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사과를 통째로 먹을 때보다 퓌레 형태로 먹으면 더 빠르게 섭취하게 되며, 이로 인해 포만감에도 차이가 생긴다.

베리 교수는 이것이 초가공 식품이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음식의 구조가 바뀌면 질감이 달라지고, 이는 음식이 대사되는 속도와 위치, 그리고 영양소가 흡수되는 방식까지 바꾸게 됩니다."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남성이 사과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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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우리가 음식을 얼마나 많이 씹는지, 그리고 식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는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생물 군집의 차이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이 음식을 처리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2015년에 나온 한 연구는 동일한 음식을 먹더라도 혈당 반응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토마토에, 또 다른 사람은 바나나에 더 큰 혈당 상승을 보였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장내 미생물 군집(microbiota)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균형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로 인해 음식 대사 방식도 개인별로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왜 어떤 사람은 체중을 더 쉽게 유지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조차 동일한 음식에 서로 다른 대사 반응을 보일 수 있다. 1000여 명의 쌍둥이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도 같은 음식을 섭취한 뒤 혈중 지방, 포도당, 인슐린 수치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급격히 치솟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훨씬 완만한 변화를 보인 참가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개인 맞춤형 영양학(personalised nutrition)'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리 교수는 설탕, 소금, 지방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개인별 반응 차이는 장내 미생물을 고려한 식단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몸속 미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음식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건강에 해로운 간식 섭취는 줄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