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긴박했던 외교의 날 끝에 이란 협상 '시간 벌기' 선택

사진 출처, DANIEL HEUER/POOL/EPA/Shutterstock

    • 기자, 다니엘 부시
    • 기자,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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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은 분주한 외교 일정으로 하루를 열었다. 미국 JD 밴스 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미국-이란 간 평화 회담을 위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에어포스투(부통령 전용기)는 끝내 이륙하지 않았고, 2차 종전 협상은 불발됐다.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현지 시각으로 다음 날(22일) 저녁 만료 예정이었던 이란과의 휴전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종전을 위한 "합의된 제안"을 마련할 시간을 준다는 주장이었다.

양측이 종전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선택지를 저울질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휴전 연장 결정은 불과 몇 주 사이 전쟁 확전 위협을 철회한 2번째 사례로, 2달째로 접어드는 이번 분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시간 벌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밴스 부통령이 이슬라마바드 방문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며 미국 내에서도 추측이 이어졌다. 게다가 이란 또한 회담 참석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았기에 백악관은 이란의 회담 참석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밴스 부통령 파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회담 연기 조짐도 점차 뚜렷해졌다.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의 핵심 인물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재러드 쿠슈너(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는 이슬라마바드로 바로 날아가는 대신 마이애미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한 것이다. 곧이어 밴스 대통령 또한 백악관으로 향하더니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정책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주로 사용해 온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휴전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중재해 온 파키스탄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와 대표단이 합의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란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연장 기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2주로 정한 바 있다.

2주의 휴전에 돌입하기 전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전쟁 재개를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여러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라크 및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 출신인 제임스 제프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내는 "명확한 공식은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확전을 위협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협상 테이블에 좋은 제안을 내놓는" 방식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REUTERS/Akhtar Soomro

사진 설명, 결국 21일 연기된 미국-이란간 2차 평화 회담을 준비하는 이슬라마바드의 디지털 스크린에 적힌 '이슬라마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문구

이날(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무기한 휴전 연장 발언은 과거 SNS를 통해 이란을 거침없이 공격했던 것에 비해 훨씬 더 절제된 분위기였다.

이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MAGA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번 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중동 연구소'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선임 연구원은 "이는 이란 정부 지도부 내 명백한 균열을 고려한 실용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휴전 연장 결정으로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카툴리스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이 겪는 경제적고통과 핵심 지지층의 정치적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이러한 위기를 촉발한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 해답을 내놓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휴전 연장으로 미국과 이란은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을 모색할 시간을 벌었으나, 여전히 핵심 질문들은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란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쟁 행위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전쟁을 재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내고자 선택한 해협 봉쇄 조치는 해제하지 않을 모양새다. 다만 현재까지 봉쇄로도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지 못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작전 강화 외에는 선택지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란은 핵 프로그램 및 중동 내 대리 세력 지원을 중단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평화 협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해 온 2가지 '레드 라인(쟁점)'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신속한 종전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