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돌아온 늑구...늑구 코인부터 늑구맵까지, 한국을 사로잡은 늑대 추격전
사진 출처, 대전시·오월드 제공
- 기자, 코 웨
- 읽는 시간: 3 분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에 생포됐다.
대전시는 17일, 이날 오전 0시 44분쯤 대전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IC) 인근에서 늑구를 포획했고, 이후 오월드로 옮겼다고 밝혔다.
수색 당국은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께 대전 중구 침산동 뿌리 공원 인근에서 늑대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일대 수색을 시작했고, 오후 11시 45분쯤 안영 IC 인근에서 실제 늑구를 발견해 17일 0시 15분께부터 약 30분에 걸쳐 포획 작전에 돌입했다.
이 포획 작전은 수의사 입회하에 진행됐으며 결국 마취총을 쏴 늑구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수의사 확인 결과 늑구의 맥박과 체온 등은 정상 범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는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늑구의 몸 엑스레이 상에서 길이 2.6cm의 낚싯바늘이 발견돼 내시경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대전시 관계자는 "늑구 위 안에서 나뭇잎과 생선가지, 낚싯바늘이 발견됐는데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 있어 위험이 있었고, 제거 시술로 안전하게 꺼냈다"고 전했다.
대전시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조된 직후 늑구의 모습을 올리며 "늑구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며 추후 "시설관리 및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늑구 추격전
9일 만에 돌아온 2살 수컷 늑대 늑구를 찾는 추격전은 여러 차례 반전을 거듭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늑구의 이름을 딴 밈 코인부터 추정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어디가니 늑구맵' 홈페이지도 등장했다.
늑구 포획 작전에는 300명 이상의 소방관, 경찰, 군 병력이 투입됐다.
탈출 다음 날, 동물원 겸 놀이공원인 대전 오월드 인근 수풀 사이를 늑구가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열 감지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구출팀이 드론 카메라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사이 놓치고 말았다.
대전시가 공개한 영상에서 늑구는 숲속 낙엽 위에 누워 있다가 드론 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켜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어 13일 밤에는 오월드에서 약 2km 떨어진 산에서 늑구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되며 늑구 수색 작업에 또 다른 진전이 있었다.
차량 헤드라이트에 비친 어둠 속 도로 위를 달리는 늑구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영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당국은 영상을 바탕으로 즉각 대응에 나서 수십 명의 경찰과 군용 드론을 동원해 수색·구조 작전을 벌였다.
하지만 포위망이 좁혀질 때마다 늑구는 다시 자취를 감쳤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늑구를 찾을 수 없었다.
늑구를 찾는 수색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 끌어냈다. 당국에는 수십 건의 목격 신고가 접수됐다. 그중 일부는 초등학생들이 개를 늑구로 착각해 신고하는 등의 오인 신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대전소방본부제공
한 주민은 당국과 사전 논의 없이 자신의 늑대개를 데리고 수색에 나서 도움을 주려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늑구가 도심 거리를 걷는 모습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널리 퍼지며 당국은 수색 범위를 동물원 밖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이미지로 밝혀졌다.
2018년에는 늑구가 탈출한 동물원과 같은 동물원에 있던 여덟 살의 퓨마 '뽀롱이'가 경찰에 의해 사살된 바 있다.
많은 이들은 늑구가 뽀롱이와 같은 운명을 맞지 않기를 바랐다. 이재명 대통령도 X에 "어떠한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늑구 역시 무사히 안전하게 돌아오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동물권 단체들도 목소리를 냈다.
동물자유연대는 SNS를 통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2018년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됐던 바로 그 오월드"라며 "늑구가 뽀롱이의 전철을 밟지 않고 무사히 생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어 "8년이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동물전시시설의 관리 부실과 구조적 결함으로 빚어진 사고의 책임으로 시설에 갇혀 있던 동물의 목숨이 담보가 될지도 모르는 현실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늑구는 밈 코인 제작자들 사이에서 '자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지난 24시간 동안(16일 오후 기준) 이 밈 코인의 거래량은 약 20만 달러(약 2억 9천만 원) 안팎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늑대는 한때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지만, 현재 야생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2024년에 태어난 늑구는 한국 늑대를 복원하기 위한 오월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미국의 한 신문은 1916년, 한국 늑대를 "날카로운 눈빛"과 "놀라운 민첩성"을 지닌 동물로 묘사했다.
늑구 탈출 이후 당국은 안전 조치로 인근 초등학교를 즉각 휴교했다.
사진 출처, YONHAP/EPA/Shutterstock
탈출한 늑대가 지역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지만, 늑구에게도 이 상황은 위협적일 수 있었다.
사육 환경에서 자라온 늑구에게 야생 본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불확실했으며, 늑구는 사냥 경험이 거의 혹은 전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생에서 늑대 무리는 주로 사슴, 소, 돼지 등 발굽이 있는 초식동물을 먹고 살아간다. 이 육식동물들은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다.
늑구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탈출 전날 밤 먹은 닭 두 마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오전 9시 18분께 오월드 사파리 철조망 아래 흙바닥을 파서 탈출한 늑구는 계속된 포획 작전 끝에 17일 생포됐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7일 SNS를 통해 "생포 작전에 힘써주신 소방대원, 경찰관, 공직자, 자원봉사자분들, 동물보호 및 환경단체, 전문가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안전에 마음 졸이셨던 시민들께는 송구한 말씀 드린다"고 전하며 "동물복지와 시민 안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동물 애호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취재: 이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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